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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료와 분석심리학적 동화해석 덧글 0 | 조회 1,215 | 2015-03-09 12:11:52
조영미  

독서치료와 분석심리학적 동화해석

박종수 교수(강남대학교 신학부)

 

1. 독서치료와 분석심리학

  독서치료에 대한 정의는 그동안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되어 왔다. 현재 한국독서치료학회 회장인 김현희 박사는 독서치료에 대한 일반적 정의를 교육학사전의 내용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전반적인 발달을 위해 책을 사용하며, 책은 독자의 성격을 측정하고 적응과 성장, 정신적 건강을 위해 사용되기도 하는데 그 책과 독자 사이의 상호과정이 독서치료다. 그리고 선택된 독서자료에 내재된 생각이 독자의 정신적 또는 심리적 질병에 치료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개념이다.1)

 

  독서치료를 분석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책을 통해 심리적 안정과 균형을 추구하는 개성화과정”으로 잠정적인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병리적인 요인을 제거하는 “치료”라는 용어보다는, “책읽기를 통한 자기발견”이 독서치료의 핵심적 내용으로 여겨진다. 책이라는 매체에서 출발한 독서치료는 최근에 책의 범위를 폭넓게 수용함으로써 심리치료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소설, 동화, 시, 수필 등의 문학적 매체뿐만 아니라 영화, 미술, 음악, 조각, 공예 등의 예술활동을 독서치료의 장으로 초대하고 있다.

  그동안 독서치료는 발달적 독서치료와 임상적 독서치료의 두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다. 발달적 독서치료는 집단상담기법을 활용하여 참여자들의 자존감을 증진시키고, 정상적인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따라서 발달적 독서치료는 학교상황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적합하다. 병원이나 특수한 기관 혹은 집단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는 형태가 바로 발달적 독서치료이다. 그에 반해 임상적 독서치료는 주로 심리적 질병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그룹 혹은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함으로써 정신적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치유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임상적 독서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에 책이라는 매체가 활용된다. 임상적 독서치료를 위해 최근에는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과 기법들이 독서치료에 적용되고 있다.2)

  융에 의해 제창된 분석심리학은 독서치료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킬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학교 도서관이나 병원, 혹은 교도소나 특정한 집단에 주로 활용되었던 독서치료가 개인적 차원에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분석심리학의 임상적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융학파 분석가들은 동화나 민담 혹은 신화 등에 나타난 원형적인 요소들이 인간의 정신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음을 발견하고 이것을 심리치료에 활용해 왔다. 그것은 동화 속에 있는 어떤 교훈적 내용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동화 속의 이미지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하는 방법이다. 여기서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동화가 독서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기로 하자.

 

 

2. 토끼와 거북이

 

햇볕이 따뜻하게 비치는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토끼가 풀밭 위를 깡총깡총 뛰어 다녔습니다. 그때 개울 쪽에서 거북이엉금엉금 기어오고 있었습니다. 심심하던 토끼는 거북이와 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북이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거북이가 너무도 천천히 기어오니까 답답해 보였습니다. 토끼는 자기가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을 거북이에게 뽐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북이에게 깡총깡총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느림보 거북아! 안녕!"

"아! 토끼구나! 잘 지냈니?"

"응. 우리 누가 더 빠른지 경주해 보자. 저기 보이는 산꼭대기까지 누가 먼저 올라가는지 시합하는 거야."

"좋아. 한번 해보자."

"그러면 저기 산꼭대기에 있는 작은 바위가 보이지? 그곳에 먼저 도착하면 이기는 거다. 알겠지?"

이리하여 토끼와 거북이는 산등성이를 넘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경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토끼는 자기하고 경주하겠다는 거북이가 미련스럽게 보였습니다. 토끼는 속으로 비웃었습니다.

"이런 바보. 내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모르나? 경주 끝나고 놀려 줘야지."

토끼는 빨리 자랑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하자. 준비 땅!"

토끼는 깡총깡총 힘차게 뛰었습니다. 한참 동안 열심히 달리던 토끼는 어느 새 산 중턱에 있는 나무에 도착했습니다.

"헉헉. 아이고 힘들어! 아이고 숨차다!"

뒤를 돌아다보니, 거북이가 산 아래에서 엉금엉금 기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휴! 저 느림보 거북이 좀 봐! 아직도 저 밑에 있네. 여기까지 오려면 한참 걸리겠지? 그럼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조금 쉬었다 갈까?"

토끼는 나무 그늘 밑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다리를 쭉 뻗고 기지개를 펴니 몸이 나른했습니다. 그늘 밑은 참 시원합니다. 솔솔 불어오는 봄바람이 땀을 식혀줍니다. 잠이 솔솔 옵니다.

"아-함! 아! 졸려! 거북이가 여기까지 오려면 아직 멀었지? 그렇다면 조금만 누웠다가 가도 괜찮겠네."

토끼는 풀밭에 누웠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한편 거북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쉬지 않고 산 위를 향해 엉금엉금 기어갔습니다. 햇볕이 따뜻하게 비치고 있었습니다. 거북이는 무척 더웠습니다. 이마에는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앞만 보고 산을 올라갔습니다.

쉬지 않고 산을 오르던 거북이는 어느 덧 산꼭대기 바위 근처까지 왔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쿨쿨 잠을 자던 토끼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아아아-함. 아! 잘 잤다. 여기가 어디지?"

기지개를 펴던 토끼는 갑자기 거북이와의 경주가 생각났습니다.

토끼는 졸린 눈을 비비고 나서 거북이를 찾아보았습니다.

"거북이가 어디에 있지?"

산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러나 거북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토끼는 눈을 또 비볐습니

다. 눈을 비비니까 토끼의 눈이 빨갛게 되었습니다.

"거북이가 어디 갔을까?"

거북이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던 토끼는 산 위를 쳐다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북이가 산꼭대기에 있는 바위 가까이 기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놀란 토끼는 빨개진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어이쿠! 큰 일 났네! 빨리 가야지."

토끼는 있는 힘을 다해서 힘껏 뛰어 산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거북이는 이미 바위 위에 올라서서 두 손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만세! 만세!"

거북이의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시원한 봄바람과 함께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시원하게 식혀 주었습니다.3)

 

<디즈니 판 토끼와 거북이>

 

  디즈니판 토끼와 거북이는 동화의 내용과 약간 다르다. 달리기 경주는 많은 관중들의 환호성과 함께 벌어진다. 출발점에서부터 거북이는 반대방향을 향해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늦게 출발한다. 거북이가 천천히 달리고 있는 동안 토끼는 동화의 내용처럼 잽싸게 달려간다. 거북이 옆에는 같은 느림보들인 달팽이들이 호위하며 달려간다. 토끼의 다리가 안 보일 정도로, 산천초목의 나무뿌리가 뽑힐 정도로 빠른 토끼의 모습이 그려진다. 거북이는 나무 아래서 잠을 자고 있는 토끼가 깰까봐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천천히 토끼를 앞지른다. 한참을 잔 후에 눈을 떠보니 거북이가 저만큼 가고 있다. 토끼는 잽싸게 얼른 일어나서 다시 거북이를 앞지른다. 가는 길에 여학생 토끼들이 거북이와 토끼의 시합을 보고 있다. 거북이는 여학생들의 관심을 뒤로하고 갈 길이 바쁘다. 토끼는 여학생들을 보자 자신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우선 나무에 달린 사과를 향해 화살을 쏜 후에 총알처럼 빨리 달려 사과나무 밑에서 사과를 따서 자신의 머리에 올리니 자신이 쏜 화살에 그 사과가 명중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토끼의 또 한번의 묘기가 여학생들 앞에서 벌어진다. 토끼 혼자서 테니스를 하는 장면이다. 상대편 코트에 공을 날린 다음, 총알처럼 달려가 반대편에서 자신이 날린 공을 때리는 장면이 기막히게 이어진다. 정신없이 자신을 과시하는 동안 거북이는 사력을 다해 결승지점에 이른다. 나중에 정신을 차린 토끼는 황급히 달려오지만 우승을 빼앗긴다는 내용이다.

 

 

3. 동화와 함께하는 심리여행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읽고 다음 질문에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지적해주기 바랍니다. 아무런 원칙과 제한 없이 생각나는 대로 느낀 대로 답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본문의 내용과 다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해주기 바랍니다.

 

  1) 토끼는 어디에서 사나요? (1)바다 (2)강 (3)풀밭 (4)산 (5)기타(                )

  2) 거북이는 어디에서 사나요? (1)바다 (2)강 (3)풀밭 (4)산 (5)기타(                )

  3) 바다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빨리가기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1)토끼 (2)거북이 (3)잘 모르겠다.

  4) 토끼는 거북이를 볼 때 왜 답답해 보였을까요?

                (1)너무 천천히 기어오니까

                (2)거북이가 너무 게을러서

                (3)거북이가 장난치니까

                (4)거북이는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으니까

                (5)기타(                                  )

  5) 토끼는 왜 거북이에게 빨리 뛰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나요?

                (1)거북이는 빨리 뛰지 못하니까

                (2)거북이가 바보같이 보여서

                (3)자기가 잘 뛰는 것을 보여주려고

                (4)토끼는 같은 또래의 토끼 친구가 없어서

                (5)기타(                                  )

  6) 토끼는 거북이에게 왜 “느림보 거북이”라고 부르나요?

                (1)원래 느리니까

                (2)느린 거북이를 놀려주려고

                (3)느림보라고 해야 직성이 풀리니까

                (4)거북이를 무시해야 자신이 돋보이니까

                (5)기타(                                  )

  7) 토끼는 왜 거북이에게 경주를 하자고 제안했나요?

                (1)거북이에게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2)심심해서 그냥

                (3)느린 거북이를 놀려주려고

                (4)경주를 할 다른 토끼가 없어서

                (5)기타(                                  )

  8) 거북이는 왜 토끼의 제안을 받아들였나요?

                (1)토끼가 방심한 틈을 이용한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2)토끼는 원래 낮잠을 잘 자니까

                (3)심심해서 토끼와 놀려고

                (4)토끼 말을 듣지 않으면 혼나니까

                (5)기타(                                  )

  9) 토끼가 보기에 거북이가 왜 미련하게 보였나요?

                (1)경주에서 질 것을 뻔히 알고도 시합에 응해서

                (2)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도 몰라서

                (3)생김새가 미련하게 보여서

                (4)토끼 자신이 너무 잘나서

                (5)기타(                                  )

10) 토끼는 깡충깡충 뛰는데 왜 거북이는 엉금엄금 기나요?

                (1)거북이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2)엉금엄금 기는 것이 안전하니까

                (3)엉금엉금 기어도 토끼에게 이길 수 있으니까

                (4)타고날 때부터 기어가게 되어 있으니까

                (5)기타(                                  )

11) 토끼는 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을 잤나요?

                (1)나무 그늘이 너무 시원하니까

                (2)너무 빨리 뛰어 와서 지쳐서

                (3)거북이가 너무 천천히 오니까

                (4)경주에서 이길 것이 뻔하니까

                (5)기타(                                 )

12) 거북이는 왜 쉬지 않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나요?

                (1)한번 쉬면 다시 올라가기 힘드니까

                (2)토끼를 이기기 위해

                (3)쉬지 않고 기어가는 것이 거북이의 특기니까

                (4)한번 시작한 것은 최선을 다해야 되기 때문에

                (5)기타(                                  )

13) 잠에서 깨어난 토끼는 왜 거북이와의 경주가 생각났나요?

                (1)잠을 자는 동안 잊어버렸기 때문에

                (2)처음부터 거북이와의 경주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3)토끼는 처음부터 거북이와 경주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4)토끼는 경주에서 이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기억하지 않아서

                (5)기타(                                  )

14) 잠에서 깨어난 토끼는 왜 산 위를 보고 깜짝 놀랐나요?

                (1)산 위가 너무 아름다워서

                (2)거북이가 아직 아래쪽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3)거북이에게 질 것을 생각하니까 창피해서

                (4)거북이의 모습이 장하게 보여서

                (5)기타(                                  )

15) 거북이는 토끼를 어떻게 이겼나요?

                (1)최선을 다해 시합에 임했으니까

                (2)거북이도 열심히만 하면 토끼를 이길 수 있으니까

                (3)토끼가 낮잠을 잤기 때문에

                (4)산꼭대기에 오른 다음에 쉬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까

                (5)기타(                                  )

16) 바다에 사는 거북이가 왜 들로 나왔을까요?

                (1)심심해서

                (2)들에서 무슨 일이 있나 보려고

                (3)토끼와 시합하려고

                (4)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5)기타(                                  )

 

17) 토끼가 거북이더러 “느림보 거북이”라고 했을 때 거북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18) 내가 토끼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19) 내가 거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20) 토끼와 거북이에게 결핍된 요소는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보완하려고 했나요? 그 결과는?

 

21)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22) 토끼가 거북이를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소개해 봅시다(가족, 친구, 주변환경을 고려하면서).

 

23) 거북이가 토끼를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들을 소개해 봅시다(가족, 친구, 주변환경을 고려하면서).

 

24) 경주이후에 토끼와 거북이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25) 내가 만든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요?

 

26) 디즈니판 토끼와 거북이와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분석해 봅시다.

 

*1-2번은 자신의 환경과 처지를 분명하게 깨닫기 위한 질문이다. 토끼는 물에서 살수 없고 거북이는 산에서 살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3번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적응력이 달라진다는 사회심리학적 견해로서 인지-행동치료법에 적용된다.

*4번은 토끼의 편견이 거북이를 답답하게 생각하는 원인이 됨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기 위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

*5번은 자기보다 못한 듯이 보이는 사람에게 자신을 과시하려는 자기애적 성향을 보여준다.

*6-7번에서 느림보라고 놀리는 것은 상대방의 약점을 들추어내서 자신의 우수함을 과시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8번은 거북이는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토끼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그림자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9-11번은 토끼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보여준다.

*12번은 뒤늦게 깨달은 거북이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13-14번은 토끼의 자기인식에 대한 질문이다.

*15-16번은 거북이의 현실인식에 관한 물음이다.

*17-25번은 토끼와 거북이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들이다.

 

4. 분석심리학적 동화해석의 원리

  융학파에게 동화나 이야기해석은 일단 심리적 경험으로 간주된다. 이부영 박사에 의하면 이야기해석은 꿈분석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가 하나의 심리체험이다. “체험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정감과 본능적 충동이 참여한다. 그러므로 이야기해석은 무슨 화학분석같이 지적인 그리고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이 아니라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파악이기도 하다. 이야기해석 과정에서 감정적인 측면을 도외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민담에 내포되어 있는 원형상이 우리의 감정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4)

  동화를 비롯한 이야기를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그것은 분석심리학의 관점과 이야기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은 개인의 정신세계를 다루지만, 이야기는 일차적으로 공동체의 정서나 문화적 배경에 나타난 집단심리를 취급한다. 한 개인의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일단 공동체에 의해 수용되어 집단의식의 매개체가 될 때 그 이야기는 이미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5) 따라서 분석심리학의 정신구조에서 언급되는 다양한 개념들, 즉 자아, 페르조나,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그리고 자기 등의 개념을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이나 대상들에게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한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는 집단의식을 드러내는 다양한 상징과 원형적 요소들이 내재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6) 따라서 이야기를 분석하는 작업은 집단무의식의 요소와 더불어 원형적 사고를 의식화하는 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공동체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개별적인 이야기가 공동체에 의해 수용되면서 개인과 공동체는 연대의식을 갖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에 대한 심리학적 해석은 개인과 공동체 양자간의 관계, 즉 특수성과 보편성에 주목하면서 조심스럽게 전개되어야 한다.

  폰 프란츠에 의하면 이야기는 두 가지 방식으로 형성된다. 첫 번째 유형의 이야기들은 초심리학적(parapsychological) 혹은 꿈이나 환상 체험을 지닌 사람에 의해 창조된다. 그들은 자신의 초월적(혹은 무의식적) 경험을 서로 관련시켜 이야기를 전하고 이것들은 공동체에 확산되어 보편적 성격을 지닌 이야기로 변한다. 두 번째 이야기들은 문학작품의 형성과 비슷하다. 풍부한 상상력이 있는 사람들은 작가가 아닐지라도 자신의 상상력에 의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들은 적극적 상상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대중들에게 유포시킨다. 두 유형 모두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나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사기록이나 사실보도가 아닌 일반적 이야기들은 대개 심리적이며 원형적인 성격을 띤다. 집단정신을 드러내는 이야기만이 비로소 공동체에 의해 수용되며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닌다.7) 이런 관점에서 “사회적 드라마”인 이야기는 사회구성원의 실제적 혹은 심리적 경험을 반영한다.8)

  원형적 요소를 지닌 이야기는 집단무의식의 순수한 자연현상을 보여주는 꿈과 유사하다. 이야기는 꿈과 같이 어떤 면에서는 등불을 밝혀주는 횃불과도 같다가 다시 무의식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변화를 거듭하면서 이야기는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폰 프란츠에 의하면 이야기는 “자연의 놀이”(a play of nature)와도 같다. 의미가 있다가도 때론 의미가 없는 듯이 보이는 이야기는 무의식의 속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때 그 의미는 드러난다. 하지만 우리가 무관심할 때 이야기는 별다른 의미 없이 우리 곁을 스쳐갈 뿐이다.9)

  이야기와 꿈의 차이점도 있다. “눈을 뜨고 꾸는 꿈”이라고도 불리는 이야기는 무의식의 내용을 의식 속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꿈과 구별된다. 또한 분석가는 꿈을 해석할 때 개인적인 문제를 다룬다. 이와 달리 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통해 형성된 이야기는 일차적으로 집단의식과 관련된다. 따라서 이야기는 일단 인간의 보편적 물음에 대한 응답이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야기는 반드시 의식화되어야 할 무의식의 내용에 접근하는 길이다. 꿈이나 환상의 경우처럼 이야기는 무의식에 이르는 다리를 건설하는 작업이며 내적 이미지를 담고 있는 원형의 보고에 접근하는 통로이다.10)

  원형적 이야기는 대체로 다음 4단계의 드라마로 구성된다.11)

  첫째(제시),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는 도입부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야기 속의 시간과 공간은 다분히 상징적이며 모호하다. “옛날 옛적에” 혹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서두는 듣는 사람에게 아득하고 머나먼 세계로 인도한다. 그 때가 정확하게 언제인지 알 수 없으며 알 필요도 없다. 불을 가장 무서워한다는 호랑이가 담배를 피울 리가 없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의 도입부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독자로 하여금 무의식의 세계로 인도하는 첫걸음이다. 이야기의 서두에 문제의 핵심이 제기된다. 예를 들면 “옛날에 어떤 왕이 살았는데 밤마다 금사과를 도둑맞고 시름에 잠겼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 때 분석가는 이야기 속의 문제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을 살펴 그것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규명한다. 상담자는 또한 그림이나 놀이를 통해 재현된 이야기를 분석함으로써 내담자의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갈등), 사건과 연루된 등장인물이 무대에 출현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분석가는 우선 이야기 속에 몇 명의 등장인물이 출현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만약 “왕과 세 아들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4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어머니가 빠져 있다. 여성성이 결핍된 이야기는 아마 아들들의 결혼이야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4명의 인물이 출현하지만 처음과 다른 상황이 전개된다. 처음에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고 종말에 가서 세 여성이 출현한다면, 전체 이야기는 여성원리를 회복하는 관점에서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12) 분석가는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 등장인물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의 원인과 해소과정에 주목한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은 모두 정신의 깊은 차원에서 현존하는 원형적 이미지들이다. 우리가 인식하든 못하든 그 원형들은 자율성을 지닌 정신의 실제들이다. 이야기 안의 사건들은 심리적 실제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야기 속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내적인 경험에 이르게 된다.13)

  셋째(절정), 이야기는 우여 곡절 끝에 절정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절정(climax)에 이르러 결정적인 단계에 접어든다. 비극적인 절정은 이야기를 파국으로 이끌며, 긍정적인 절정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넷째(결말), 이야기는 대체로 결론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끝맺는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갑자기 싱겁게 끝나는 경우도 있고 점차 시시해지면서 끝나는 경우도 있다. 분석가는 이야기꾼의 개인적 심리상태와 공동체의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이야기의 종결을 해석해 볼 수 있다.14)

  폰 프란츠는 의식의 네 기능에 따라 이야기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름을 지적한다. 사고형(thinking type)은 이야기의 구조와 모든 주제의 관련성에 주목한다. 감정형(feeling type)은 이야기의 주제들을 가치있는 질서 아래 두고자 한다. 주제를 계급제도 아래 두는 감정형 역시 이야기를 이성적으로 이해한다. 감정기능 때문에 이야기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석이 도출된다. 현실주의적인 감각형(sensation type)은 이야기 속의 상징에 주목한 다음 그것들에 대한 확충작업을 시행한다. 직관형(intuitive type)은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보고자 한다. 직관이 발달한 사람은 산만하게 보이는 이야기 일지라도 그것은 하나의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융은 심리유형을 크게 외향성과 내향성으로 구분한다. 외향성과 내향성 모두에게 사고, 감정, 감각, 직관기능이 있다. 융이 제시한 여덟 개 심리유형에 따라 이야기를 이해하는 방식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식의 네 기능 모두를 이야기 해석에 적용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내용을 얻을 수 있다.15)

  이상을 종합하면 분석심리학적 이야기해석 과정은 대체로 집단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에서 진행된다. 집단적 차원의 동화분석은 공동체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고려하면서 집단의식과 보편적 원리를 추적한다. 이야기 안에서 공동체에 결핍된 요소가 어떻게 보완되는 가를 살핀다. <토끼와 거북이>를 집단적 차원에서 보면 강자와 약자 그룹 사이에 있는 갈등 양상을 보여준다. 거북이의 승리는 강자에게 억압당한 약자그룹에게 치유적 효과가 있다. 이처럼 공동체의 심리적 질병은 집단심리의 안정화를 통해 치유된다. 원형적 이야기는 집단치유가 널리 활용되었던 고대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반면에 분석심리학적인 개인적 차원의 동화분석은 이야기 속의 모든 대상과 이미지들을 저자나 등장인물 가운데 한 사람의 인격적 요소로 본다. 의식과 무의식의 내용을 동시에 표출하는 원형적 이야기는 “눈을 뜨고 꾸는 꿈”과도 같다. 이 때 이야기 속의 모든 대상과 이미지는 개인의 인격적 요소가 되어 심리분석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이야기꾼의 입장에서, 때로는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개인적 차원의 심리적 역동을 추적해 볼 수 있다. 이때 분석심리학의 정신구조에 나타난 모든 요소들이 심리분석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임상현장에서 개인적 차원의 동화분석은 심리치료과정 차원에서 볼 때 대체로 다음의 세 단계로 진행된다.

  1)첫째, 이야기에서 결핍된 요소가 무엇인지 규정한다. 대부분의 동화나 민담은 결핍된 상태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면, 왕에게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 공주가 남편을 구하는 이야기라든지, 병든 사람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을 보여준다. 심리적 질병도 정신요소의 결핍에서 초래된다. 엄마의 사랑이 부족할 때 아이는 신체적, 심리적으로 병들게 된다. 남녀간의 관계나 가족관계에서도 적절한 돌봄과 사랑이 부족할 때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치료자에게 환자의 결핍된 요소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환자의 결핍된 요소가 무엇인지 확인되면 치료방향이 설정될 수 있다. 결핍된 요소를 치료자와 환자가 함께 발견하고 그것을 보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심리치료의 목적이자 개성화의 길이다.16) <토끼와 거북이>에게 나타난 결핍된 요소는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토끼는 거북이에게 달리기 시합을 하자고 했으며, 거북이는 왜 결과가 뻔한 게임에 응할 수밖에 없었는가? 분석심리학의 관심은 토끼와 거북이가 지닌 의식적 태도와 함께, 그들 안에 잠재된 무의식의 정신활동에 주목한다.

  이야기의 결핍된 요소, 흑은 갈등요인을 발견하기 위해 이야기에 나타난 원형적 인물, 이미지, 상징들을 분석하면서 그것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등장인물과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과정에서 어떤 인물이나 대상이 누락되었는가를 살핀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도중에 사라지거나 새로 출현하는 인물들을 살피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이전 인물들의 역할과 새 인물들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살핀다.

  2)둘째, 결핍된 요소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콤플렉스를 규명한다. <토끼와 거북이>에서 힘 있는 토끼가 힘없는 거북이의 약점을 건드릴 때 복잡한 감정의 자아 콤플렉스(ego complex)가 형성된다. 난데없는 토끼의 공격에 대해 거북이의 방어심리는 자신에게 불리한 게임에 응하게 한다. 개인적 경험과 관련된 그림자는 이 때 형성된 부정적인 콤플렉스와 연합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자아를 인도한다. 무의식의 억압을 가중시킨 그림자는 자아구조를 약화시킴으로써 결국 심리적 질병의 근원이 된다. 이처럼 결핍된 요소가 보완되는 과정은 대체로 어려운 상황이나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해 갈등요인이 증가되는 것을 보여준다.

  3)셋째, 결핍된 요소가 보완되는 개성화 과정을 분석한다. 내담자는 결핍된 요소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콤플렉스와 그림자를 의식화함으로써 정신의 균형을 추구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룰 때 대극은 합일되어 정신의 통합(integration)은 성취된다. 이야기속의 대상이나 이미지들에 대한 연상작업(association)을 통해 독서치료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심리적 내용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치료자는 연상과 함께 적극적 상상(Active Imagination)을 통해 이야기에서 누락된 부분이나 불분명한 부분을 보충함으로써 참여자로 하여금 이야기 세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할 수 있다. 심리치료 현장에서 내담자는 연상된 이미지들을 수집함으로써 과거의 경험을 회상할 수 있다. 상담자는 연상된 이미지 가운데 내담자가 주목하는 특별한 주제에 집중한다.17) 적극적 상상은 무의식의 내용을 현실화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이다. 내담자는 긴장을 푼 채 명상에 잠기면서 이야기 속의 대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장된 정보를 얻게 된다. 적극적 상상을 통해 내담자는 또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 속의 원형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밖에도 우리는 유사한 이야기들을 수집하여 비교함으로써 본래 의미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 이것은 꿈분석 방법에도 적용되는 확충법(amplification)으로써 유사한 이야기를 통해 원형적 이미지의 의미를 확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신데렐라 이야기>와 <콩쥐팥쥐 이야기>를 동시에 살펴봄으로써 상호보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이야기 안의 원형적 이미지에 대한 해석을 보다 폭넓게 할 수 있다. 꿈이나 동화 등 이야기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그와 유사한 다른 이야기나 신화적 이미지와의 비교를 통해 그 의미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18) 확충은 연상(association)과 달리 일직선상의 심리적 고리가 아니다. 확충은 오히려 동일한 상징에 대한 끊임없는 비교분석 작업이다.19)

  원형적 이미지에 대한 확충과 적극적 상상을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심리학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석한다. 이를 통해 이야기 안에 담긴 심리적 요소들은 의식화되며 교육이나 심리치료 현장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절대적인 유일한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에 대한 개방적 자세는 이야기 안의 원형들이 자유롭게 활성화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20)

  동화나 민담 등의 이야기와 만나기 위해서는 태곳적 사람들의 정신에서 발현되는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은 정신세계에 있는 모든 요소들을 자연에 투사했다. 나무와 동물, 그밖의 무생물체라도 자신들의 목소리가 있다. 그 목소리를 통해 예전의 사람들은 인간의 감춰진 생각들을 표현해 왔다. 기술문명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육체와 정신이 한데 어우러져 순수한 인간의 원형을 보존했던 옛날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현대인의 심성도 온전해 질 수 있다. 이야기는 현대인을 무의식에 파묻힌 고대인과 연결해주는 다리이다. 고대인은 주관과 객관을 구별하지 않는다. 육체와 정신을 구별하지도 않으며 현세와 초월적 영역도 구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돈 속에서 살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 상반되는 두 대극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다. 우리는 더 이상 숲 속에 들어가서 이상한 노파를 만나지도 않으며, 나무꾼이 되어 선녀를 보지도 못한다.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내적 성찰(introspection)의 기능을 상실했다. 고대인들은 직접적으로 무의식에 도달했으나 현대인은 그런 능력을 상실했다. 이야기는 이미 순수성을 상실한 현대인에게 무의식과 직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21)

  결핍된 요소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사실 삶의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삶의 이야기가 주로 의식적 차원에서 회자되는 것이라면, 원형적 이야기들은 의식적 차원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심층을 들여다보게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야기는 개성화과정을 보여준다. 분석심리학적 독서치료는 내담자와 함께 이야기 안에 내재된 심리적 요소를 분석함으로써 개성화를 유도하는 작업이다.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는 개성화는 심리치료의 원리이자 목표이다. 개성화는 한 인간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자아중심적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인간의 삶에 나타난 모든 보편적 요소 사이에서 활기찬 협력을 요구한다. 개성화는 전체성(wholeness)을 지향하며 동일한 가치 안에서 개인의 모든 잠재력을 개발시키는 과정이다.

 

5. <토끼와 거북이>에 대한 분석심리학적 해설

  1)집단적 관점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토끼처럼 자만하지 말고 거북이처럼 성실함을 배우라”는 교훈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집단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토끼와 거북이는 교훈적인 내용 이상을 담고 있다. 우선 토끼는 “지배자, 능력 있는 사람, 재빠르게 남을 앞지르는 사람”을 대변한다. 반면에 거북이는 “남들보다 능력이 없고 재빠르지 못하지만 성실하게 노력하여 성공을 거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강자의 논리와 약자의 논리가 팽팽하게 대립되고 있다. 강자는 강자대로, 약자는 약자대로 자기만의 세계관 안에 살고 있다. 강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합에서 이기면 된다. 약자는 강자가 허락한 범위 내에서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두 원리는 충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강자와 약자가 정당한 관계를 유지할 때 사회구성원이 건강해진다.

  토끼는 왜 거북이에게 시합을 하자고 했을까? 누가 보아도 거북이가 질 것은 뻔하다. 토끼의 의도를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는 거북이는 왜 시합에 응했을까? 집단적 차원에서 볼 때 약자는 강자의 논리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야만 생명을 유지한다. 얼마 전만 해도 지주들의 고리대금업 때문에 농민들이 평생을 종처럼 살아오지 않았는가? “너희들도 땅을 사면 될 것 아닌가!” 지극히 정당한 것처럼 보이는 강자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한다. 토끼의 논리 역시 “힘이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시합을 통해 나를 이겨보라”는 것이다. 약자는 강자가 허락한 범위 내에서 재기의 기회를 노린다. 그러다가 강자가 실수라도 하거나 허점을 보일 때 약자가 이기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강자와 약자 사이에는 정당한 원리보다는 힘의 논리가 적용된다.

  2)개인적 관점

  토끼와 거북이 관계를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둘은 서로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고 있다. 토끼가 보기에 거북이는 능력이 없고 엉금엉금 기는 게으른 동물이다. 토끼는 자신의 열등한 면을 거북이를 통해 본 것이다. 거북이로부터 자신의 그림자를 본 순간 토끼는 거북이를 미워하게 되고 궁지에 몰아넣을 연구를 하게 된다. 토끼는 거북이의 약점을 건드려 자존심을 상하게 한 다음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게 만든다. 이것이 강자의 논리이다. 억압된 상태에 있는 약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심리적인 부담감을 가중시킨다. 그 결과 약자는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감정에 휩싸여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거북이가 시합에 응한 것은 분명히 불합리한 것이다. 거북이는 기죽지 않으려고 시합에 응한 것이다. 다행히 거북이가 시합에 이겨서 더 이상 마음의 상처는 없었지만 시합에서 졌다면 거북이는 심한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시합을 하자는 토끼의 제안은 거북이에게 투사된 자신의 그림자와 맞서는 일이다. 토끼는 자신의 무의식에 잠재된 어두운 면을 보기가 두렵다. 하지만 토끼의 어두운 면은 시합도중 낮잠을 자는 것으로 드러나고야 만다. 낮잠은 토끼가 제거할 수 없는 그림자의 상징이다. 이처럼 그림자는 다른 대상에 의해 인식되거나 무의식적인 실수를 통해 경험되기도 한다.22) 토끼가 거북이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 모두 잘 할 수 있는 공정한 시합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토끼는 다른 토끼와 정정당당하게 시합을 해야 했다. 다른 토끼와 시합해서 이길 자신이 없는 겁쟁이 토끼는 자기보다 느린 거북이와 함께 시합을 함으로써 더욱 더 못난 토끼로 전락한다.

  거북이 역시 토끼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하고 있다. 토끼처럼 잽싸게 뛰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이 그를 사로잡고 있다. 토끼가 그의 그림자를 건들자 거북이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시합에 응한 것이다. 그 순간 “열심히 노력하면 토끼를 이길 수도 있다”는 환상적 기대심리가 거북이를 자극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까? 그것은 마치 어른과 어린 아이가 육상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다행히도 막연하게나마 기대했던 기회는 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터진 것이다. 토끼가 경기 도중에 낮잠을 잔 것이다. 한참이나 따돌린 토끼는 방심한 사이에 거북이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토끼는 결국 거북이에게 지고 만다. 거북이는 순전히 토끼의 자만심과 실수로 시합에 이긴 것이다. 만약 토끼가 낮잠을 자지 않았다면 거북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당연히 지는 게임이니까 그 결과를 덤덤히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번 도전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분통을 터트리며 토끼를 원망할 것인가?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거북이는 결코 성실한 사람의 표본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망각하고 자신의 그림자에 사로잡힌 불안한 사람의 표상이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지기 싫어서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린다면 다리가 부러지거나 생명을 잃게 될 것이다. 토끼를 이겨보겠다고 하는 거북이의 영웅심리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결과이다.23) 그렇다면 토끼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북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약자인 거북이는 강자의 논리에 빠지면 안된다. 강자는 약자보다 가진 것이 많다. 하지만 강자는 영원한 강자가 아니다. 강자에게 없는 것이 약자에게 있을 수 있다. 거북이는 자신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 토끼와 달리기 시합을 한다면 당연히 거북이가 지게 되어 있다. 이것은 거북이의 능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타고 날 때부터 정해진 일종의 운명과도 같다.24) 물론 운명의 노예가 되어 인간의 노력을 배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부모가 있다. 그 부모는 우리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토끼는 산이나 들에서 살고 거북이는 강이나 바다에서 사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그 운명 속에서 각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따라서 토끼와 거북이의 논리는 서로 달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끼는 거북이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논리 속으로 거북이를 몰아간다. 거북이 역시 토끼의 의중을 깨닫지 못하고 그림자의 노예가 되어 암울한 상태로 접어든다. 의식적 차원에서 거북이는 토끼를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무의식에는 토끼가 실수하거나 거북이에게 유리한 조건이 갑작스럽게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무의식적 욕망이 거북이로 하여금 건전한 판단을 못하게 한다. 이런 현상은 무의식의 방어기제가 어떻게 우리를 어떻게 곤경에 빠뜨리는 가를 잘 보여준다.

  여하튼 거북이는 소망대로 경주에서 이겼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결과이다. 이처럼 우연히 자신의 뜻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거북이가 이런 우연한 행운을 믿고 토끼에게 계속 도전했다가는 참담한 실패를 맛볼 것이다. 그렇다면 거북이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우선 토끼가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 함정으로 인도하는 것은 대개 거북이 자신 안에 있는 그림자이다. 자신의 그림자를 직면하고 친구로 삼을 때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다. 토끼의 제안에 거북이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니야, 나는 잘 달리지 못해. 대신 다른 게임을 하면 어떨까?” 이런 식으로 토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할 수 있다.

   토끼의 그림자는 항상 곤경이 빠트리는 주범은 아니다. 토끼의 낮잠은 그림자 원형의 대극성을 보여준다. 토끼의 낮잠은 그의 자기애적 성향을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이다. 동시에 토끼의 낮잠은 토끼를 살리는 생명력이다. 동화에서 토끼가 만약 잠을 자지 않았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당연히 토끼가 거북이를 이기고 승리의 컵을 받을 것이다. 그런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토끼는 과연 행복할까? 토끼는 거북이를 이겼다는 자만심에 사로잡힐 것인가? 아니면 심한 자학에 빠질 것인가? 달리기 시합에서 어린애를 이긴 어른의 심정은 어떨까? 그것은 곧 자기비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얼마나 못났으면 거북이를 이기고 자랑할 것인가? 토끼는 낮잠을 잠으로써 체면을 유지하게 된다. 시합 중에 방심했다는 질타를 받을 지라도, 거북이를 이긴 못난 놈이라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처럼 토끼의 낮잠은 인격의 열등한 면과 생명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그림자 원형의 대극성을 드러낸다.

  사실 거북이는 토끼보다 결코 능력이 없거나 게으르지 않다. 토끼는 자신의 세계인 산이나 들에서 잘 뛴다. 거북이는 자신의 세계인 바다에서 수영을 더 잘한다. 거북이는 토끼를 설득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바다로 유인해야 했다. 강자의 논리를 대신할 약자의 정당한 논리를 찾아야 한다. 거북이는 바다로 갈 때 이미 약자가 아니다. 그 때는 토끼가 약자가 된다. 거북이는 자신이 토끼보다 잘 뛰지 못한다는 열등감에 빠질 필요가 없다. 바다에서는 토끼보다 수영을 잘한다는 자신의 장점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그밖에도 독서치료현장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된다. 거북이는 토끼에게, 나무에서 등을 뒤로하고 떨어지기, 목을 길게 빼기, 느리게 달리기 등의 시합을 제안할 수 있다. 사회적 지배원리나 기존의 가치체계에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장점을 볼 수 없다. 가끔은 전혀 낯선 곳에서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이제 개인적 차원에서 토끼와 거북이에게 결핍된 요소가 어떻게 보완되는 가를 살펴보자.

 

  (1)결핍된 요소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달리기 게임으로 보일지 모른다. 빨리 달리는 토끼는 당연히 이길 것이고, 느린 거북이는 질 것이 뻔하다. 토끼는 누구에겐가 이겨야 한다. 아니면 누구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해야 한다. 이것은 심심풀이로 하는 게임이 아니다. 토끼의 내면세계는 공허하고 외롭다. 토끼는 아마 다른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토끼의 시합대상은 자기와 동급인 다른 토끼들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이에게 시합을 청한 것은 다른 토끼들이 자신을 받아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에피소드를 찾아보자. 토끼는 자신의 부모나 형제, 혹은 학교 선생님에게 잘한다는 칭찬이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경험이 없다. 부모의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유아기 상태로 퇴행하려는 속성이 있다. 엄마와 분리되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감으로써 엄마처럼 전능한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엄마와의 건강한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토끼는 사랑과 지지를 탐닉하는 갈급한 영혼이 된다.

  거북이에게 결핍된 요소는 무엇일까? 거북이에게는 여유로움과 안정적인 분위기기 없다. 누구든지 도전해 오면 그는 반드시 이겨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거북이게는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별할 능력이 없다. 토끼처럼 거북이에게도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이 거북이를 함정으로 이끌고 있다. 거북이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일단 시합을 하면 이겨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이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물론 거북이의 성실성과 진지함은 의식적 차원에서 볼 때 건강한 면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친 자신감은 무의식의 억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어 신경증으로 발전될 수 있다.

 

  (2)사건 속에 나타난 콤플렉스

  토끼와 거북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불합리한 시합을 하게 되었을까? 독서치료 현장에서 인도자는 참여자에게 경주 이전의 사건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동화를 들려주거나 비디오를 같이 본 후에 떠오르는 영상을 그려보게 할 수 있다. 적극적 상상을 통해 토끼의 가족이나 거북이의 가족을 그려보게 한다든지, 그들에게 있었던 사건을 소개해보라고 주문할 때 여러 가지 응답이 있을 것이다.

  동화에 대한 반응들은 참여자들의 콤플렉스를 보여준다. 콤플렉스는 크게 세 유형으로 구별된다. 의식차원의 자아콤플렉스(Ego-complex), 개인무의식의 콤플렉스, 그리고 집단무의식 차원의 원형적 콤플렉스가 있다. 자아콤플렉스는 내담자가 기억하고 있거나 비교적 쉽게 발견되는 의식적 차원의 감정덩어리라고 말할 수 있다.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는 보다 정확히 말한다면 자아콤플렉스에 해당된다. 콤플렉스가 없는 순수한 의미의 자아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개인무의식 차원의 콤플렉스는 과거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 그림자(shadow)는 개인무의식 차원의 콤플렉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다음으로 집단무의식 차원의 콤플렉스에는 다양한 원형들이 있다. 아니마(Anima), 아니무스(Animus), 자기(Self) 등의 원형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원형적 차원의 콤플렉스가 개인적 차원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때 건강한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25)

  독서치료를 통해 토끼와 거북이에게 드러난 다양한 콤플렉스들을 위의 세차원에서 검토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는 자신의 감정이 어떤 대상에게 투사되고 있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토끼의 자기애적 성향과 대인관계 부적응 현상은 아동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과보호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거북이의 승리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은 엄격한 부모에게 합격점을 얻으려는 아이의 필사적인 노력을 연상하게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외치는 성공지향적인 부모 아래서 신음하는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능력의 한계를 벗어나는 도전에 자신을 내맡기게 된다.

  디즈니판 토끼와 거북이의 첫 장면은 거북이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거북이에게는 “질수도 있다”는 여유가 없다. 자신도 모르는 무엇에 이끌려 허둥지둥 시합에 임하고 있다. 그 때 무의식의 억압은 가중되어 의식적 판단이 약화된다. 그 결과 진행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에서 출발자세를 취하고 있다. 디즈니판은 토끼의 원형적 콤플렉스를 보여준다. 낮잠을 자는 실수를 범하고도 토끼는 아직 자신 만만하다. 여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다가 결국 경주에서 지고 만다. 이런 현상은 토끼의 자기애적 성향에서 기인한다. 동시에 토끼는 아니마에 의해 사로잡힌 상태이다. 이것은 남성이 여성의 매력에 빠져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게 되는 현상과도 같다. 신적인 속성을 지닌 원형에 사로잡힐 때 자아의식은 순간적으로 약화된다. 이때 판단력은 흐려지고 본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된다. 토끼의 아니마 콤플렉스는 이 때 부정적으로 활성화된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콤플렉스들은 결핍의 요소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토끼는 거북이를 이김으로써 피해의식을 보상받기를 바라는 심리가 있다. 거북이의 필사적인 노력 이면에는 성공을 바라는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깔려있다. 이러한 보상심리는 토끼와 거북이 모두에게 불합리한 결정을 하게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결핍의 요소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콤플렉스 모두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독서치료를 통해 혼돈의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콤플렉스 가운데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들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 콤플렉스 가운데 심리적 억압을 가중시키는 그림자와 원형적 콤플렉스의 부정적인 투사양태를 분석함으로써 내담자는 자기실현의 길(개성화)로 들어가게 된다.

 

 (3)개성화과정

  토끼와 거북이의 경우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내담자나 집단을 통해 우리는 개성화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자신과 비교할 수 없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부당하게 분풀이를 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자신의 권력 안으로 끌어들여 골탕먹이는 행위를 한 후에 마음이 불편하여 상담을 요청할 수도 있다. 혹은 직장 상사와의 부당한 게임을 통해 피해를 당하고 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거북이 심정이 되어 상담에 임할 수 있다. 상담자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통해 내담자의 감정이 어떤 형태로 투사되고 있는 가를 검토한 다음에 콤플렉스의 양태를 분석해본다. 다음과 같은 질문은 감정의 투사와 콤플렉스의 정체를 밝히는데 도움이 된다.

  (1)왜 그런 게임을 하게 되었는가?

  (2)상대방에게 투사된 나의 감정은 무엇인가?

  (3)그 게임 전에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

  (4)내담자에게 결핍된 요소가 무엇인가?

  (5)게임 중에 발생한(혹은 인식된)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6)그 가운데 긍정적인 콤플렉스와 부정적인 콤플렉스는 무엇인가?

  (7)그 콤플렉스는 과거의 어떤 경험과 관계가 있는가?

  (8)부정적인 콤플렉스가 어떤 형태로 의식화되는가?

  (9)부정적인 콤플렉스에 대한 내담자의 반응은 어떤가?

 (10)결핍의 요소가 어떻게 보완되고 있는가?

 (11)의식화된 콤플렉스가 내담자의 행동과 사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이상과 같은 질문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의 개성화과정을 인지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히 “불합리한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오히려 그런 불합리한 게임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개성화는 진행된다.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긍정적인 원형이 활성화될 때 자아(Ego)는 정신의 중심인 자기(Self)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이런 과정은 분석심리학적 동화해석의 원리에 기초한 독서치료의 방법론을 제시한다.

 

6. 결어

  원형적 이미지가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동화는 대부분 개성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화 <토끼와 거북이>는 그들이 어떻게 자기실현의 길을 가게 되었는가에 대한 암시가 없다. 적극적 상상과 연상, 그리고 확충법을 통해 드러난 사건 배후의 일들을 추론해 볼 수 있다. 토끼와 거북이에게 달리기 시합을 하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생각해보자. 시합이 끝난 다음에 이어질 토끼와 거북이의 삶을 재건해 보면 그들의 개성화 과정을 엿보게 된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우선 자기애적 성향으로 인해 종종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는 내담자에게 유용할 것이다. 동시에 지나친 합리주의, 강박적 집착, 최선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자기신념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인간의 한계와 내면의 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진 아동을 위한 이야기 치료 소재가 될 수 있다.26)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방법을 함께 찾아감으로써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는 법을 배운다. 기존의 교훈적 차원에서 벗어나 이야기에 대한 심리적 접근을 통해 자존감 상실로 어려움을 겪은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상담자는 자신이 약자라고 생각하는 내담자로 하여금 장점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 동시에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 속에서 할 수 없는 일도 자신의 능력과는 무관한 일이 많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내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현실적 상황이 나로 하여금 그 일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 “나만의 세계”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우리는 자신이 안고 태어난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함으로써 그림자의 함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당당한 삶을 살게 된다. 상담자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내담자에게 들려주고 <심리여행>을 위한 설문에 응하게 하면서 함께 개성화의 길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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